병역거부자의 생각

양병거의 대체복무방식?


 저는 양심적/신념적/종교적 병역거부자이며, 여호와의 증인이고, 현재 이 문제로 경찰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평소 즐겨 찾던 모기불통신에 가보니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많은 포스팅이 올라왔더군요.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한 당사자의 입장을 조금 끄적거려 봅니다.


1. 왜 하필이면 양심적 병역거부 일까요?
 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할때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은 95%가 이 말입니다.

"그럼 군대 갔다온 사람들은 다 비양심이냐?"

 물론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양심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양심과는 다른 의미이지요. 사실 '주관'이나 '신념'이 여기서 말하는 양심의 의미에 더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왜 계속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하는 걸까요?

 헌법 19조에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바로 이 조항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명칭을 쓰려는 겁니다. 법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이기도 하고요.


2. 그럼 왜 병역을 거부하는 걸까요?
 제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성서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서입니다. 초기 기독교인들이 로마 제국의 병역을 거부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여호와의 증인만이 이러한 행동을 하는것은 아닙니다.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분들은 '군대간 기독교인들은 뭐냐?' 라고 하시는데, 그거야 뭐 그분들의 양심/신념에 따르신 것이겠지요. 


3. 휴전중인 국가에서 그게 말이 되는 이야기일까요?
 대만의 안보상황이 한국보다 좋다고 말하기는 힘들 껍니다. 이스라엘도 그렇고요. 하지만 이 국가들에서는 대체복무를 허용하고 있지요. (이글루스의 무한떡밥인 "여자도 군대가는" 나라에서도 대체복무가 허용됩니다!)


4. 그럼 뭘 원하는 걸까요?
 대체복무를 원합니다. 사실 지금도 대체복무가 있습니다. 의무소방, 비전투 영역에서의 공익근무, 기업체에서의 병역특례, 대학원 병역특례 등등등.. 어떤 분들은 대체복무가 전격적으로 시행되면 모든 사람들이 다 대체복무를 하지 누가 현역을 택하겠냐고 하시는데, 지금도 대체복무의 방법이 여러가지 있는 것으로 보아서 과연 그럴지 의문이네요. 하지만 이 모든것에는 '4주 훈련'이 들어가 있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 중에서도 카이스트에서 공부하시다가 이 4주 때문에 수감생활을 하신 분이 있고, 신체 등급이 4급이 나왔지만 4주 때문에 수감생활을 한 사람도 부지기수입니다. 만약 의무소방이나 기업체 병역특례가 4주 훈련이 없고 4달이 더 길다면 어떨까요? 그럼 모든 여호와의 증인들이 그걸 택할 텐데요. 
 얼마 전 국방부에서 병역제도 개선안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사회복무'라는 제도가 도입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병역거부자들이 기뻐했지요. 하지만, 거기에도 4주 군사훈련이 포함된다는군요. 다시 한번 절망했습니다.
 의무소방도, 양로원, 고아원 등에서의 봉사활동도, 재난복구단 등의 활동도 좋습니다. 다만 지뢰제거는.. 좀 더 생각해봐야겠군요. 전투종료지역에서의 활동이라면 몰라도, 현재 휴전중인 이 국가 내에서, 비무장지대등등의 지뢰제거는 결국 군사행동이 될수도 있으니까요.


5. 그리고, 하고싶은 이야기. 
 저의 아버지는 철도고등학교에 장학생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때 교련수업을 거부하셨고, 퇴학당하셨습니다. 그리고 몇년 후, 집총을 거부하였기에 헌병대에서 살인적인 구타를 당하셨고, 육군 교도소와 민간 교도소에서 약 2년 반간의 수형 생활을 보내셨습니다. 아버지뿐만이 아니라, 큰아버지, 사촌형이 정도는 다르다 하여도 같은 길을 걸었고, 저도 지금 그러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현재 약 1600명, 1년에 500여명의 병역거부자들이 투옥되어 있습니다. 그중 99%가 넘는 사람들이 여호와의 증인입니다. 그들을 먹이고 재우는 비용이 얼마일까요? 그들에게 대체복무를 시킴으로써 얻을수 있는 비용은 얼마나 많을까요? 그들이 사회에 전과자가 되어나와서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사라지는 기회비용이 얼마일까요? 대체복무가 되든 않든, 우리 병역거부자들은 계속 자신의 양심/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할 것입니다. 이왕 썩히는 인력이라면, 어떻게든 활용하는 것이 현명할 길이 아닐까요?

p.s.1.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위키피디아의 내용입니다. 저도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_-

p.s.2. 한겨레21 3월 15일호 기사내용입니다. 1970년대에는 병역거부자들이 이런 취급을 당했습니다. 



 

by 불별 | 2007/07/18 12:05 | 트랙백(1) | 핑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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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wonderground at 2007/08/03 01:14

제목 : 나는 비양심 병역 거부지롱.
병역거부자의 생각...more

Linked at wonderground : 나.. at 2007/08/03 01:14

... 병역거부자의 생각 ... more

Commented by 愚公 at 2007/07/18 12:23
문제 중 하나는 유사시 동원대상이냐는 것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Commented by 불별 at 2007/07/18 12:34
愚公/ 사실 관계법령이 유사시 동원대상으로 정해지건 말건 대부분의 병역거부자들은 그 상황에서도 병역을 거부할 겁니다. 나치 독일에서도, 6.25전쟁에서도 그랬으니까요.
Commented by 愚公 at 2007/07/18 12:44
불별 / 그게 좀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피를 흘리는데 같은 사회 구성원 중 누구는 그 이유가 어떤 신념이던지 간에 그것을 '거부'한다는 게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sphawk at 2007/07/18 13:56
꼭 피를 흘리지 않아도 할 일은 많을 듯 합니다.
총 들고 싸우는 것만이 할 일은 아닙니다.
공병으로 써도 되고, 후방에서 군사물자(피복 등등)을 만들어도 되고...
Commented by intherye at 2007/07/18 19:42
愚公 / 그게 좀 문제는 되겠지만, 못하겠다는데 억지로 시키는 것 역시 좀 문제가 되겠지요.
Commented by Binoche at 2007/07/18 22:13
"초기 기독교인들이 로마 제국의 병역을 거부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이 말은 로마의 군대에 안갔다는 뜻이지 모든 군대를 거부한다는 뜻은 아니지요. 구약에 수없이 등장하는 이교도와 이민족과의 전쟁은 무슨 수로 설명하시게요.
Commented by 愚公 at 2007/07/19 00:04
sphawk / 총을 들지 않는다면 총을 지원하는 것도 거부하는 게 논리적으로 맞다고 봅니다.
intherye / 억지로 시켜야 한다는 게 아니라 좀더 논리를 보강전개하기를 바라는 거지요.

트랙백할 정신이 없어 댓글로 달았는데 불별님이 좀더 얘기해보시면 트랙백하겠습니다.
Commented by 싱클레어 at 2007/07/19 06:09
양병거라길래 양손병거인줄 알고 이놈이 무기에도 관심있나 했다
Commented by 불별 at 2007/07/19 10:29
愚公 / 어려운 문제이기는 합니다. 가장 이해를 얻기에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배째라'식 논의로 들릴 가능성이 크지요. 게다가 님이 말씀하신 대로 총을 지원하는 행위도 원칙적으로 거부하니까요.. 하지만, 전시에 군병력이 필요해지는만큼 후방에서의 의료지원, 소방지원 등등도 필요해지지 않을까요? 비전투적이고, 비군사적인 그런 지원은 대부분의 병역거부자들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현재 1년6개월간의 실형을 살고 나오는 병역거부자들에게는 민방위가 부과됩니다. 그것마저 거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Binoche / 원래 이 문제를 이야기하면 너무 종교토론 쪽으로 흘러가는것 같아서 좀 조심스럽기는 합니다만;

구약에 나오는 이스라엘 민족의 전쟁은 신의 전쟁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신의 징벌자이자 도구였고, 이스라엘 나라가 바로 신의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신약에서는 이스라엘 나라가 신의 도구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신의 나라는 탈정치적인 것으로 변하지요. 그래서 예수가 "내 왕국은 이 세상의 일부가 아닙니다."라고 빌라도에게 말했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칼을 제자리에 도로 꽂으십시오. 칼을 잡는 사람은 모두 칼로 망할 것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싱클레어 / 사학도는 보는 관점이 아예 다른건가
Commented by ecoz at 2007/09/18 17:20
증인이셨군요. 양심적병역거부관련 트랙백을 따라다니다 여기까지 왔네요.
저 또한 같은 길을 걷는 입장이라 반가움에 댓글을 남겨봅니다.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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